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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터뷰> 커밍아웃한 연기자 홍석천 씨

"동성애는 '옳고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출연중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8일 만난 홍석천 씨의 표정은 밝았다. 방송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면도를 못 해 덥수룩한 구레나룻은 그의 마음고생을 보여주는 듯 했다.


▷ 방송중지통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상은 했지만 막상 통보를 받고 보니 납득이 잘 안 된다. 능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출연중지가 됐다면 모를까, 동성애자라고 밝혔기 때문에 출연중지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커밍아웃을 한 이유는?

"커밍아웃을 쭉 생각해왔다. 처음에는 픽션 형식을 통해 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나한테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생 숨기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월간지 기자가 물었을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하지 않으면 좀처럼 때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 커밍아웃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커밍아웃은 실존의 문제이다. 주위사람들의 이해를 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부모님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이해는 못하더라도 충격은 최소화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 커밍아웃 후 주위의 반응은 어땠는가?

"한 게이 형은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다 잃어버릴 수 있다. 평생 숨기고 살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살고 싶었다. 또 앞으로 주위의 시선이 두렵기도 하다. 그냥 홍석천으로 봐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 동성애자를 불온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성애자를 배척하는 사회분위기는 다른 힘없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이 그렇다. 동성애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상식의 문제다. 성정체성을 떠나 인간으로 보아야 하지 않는가!"


▷ 문화방송의 <세 남자, 세 여자>에서 '쁘아숑'이란 이름으로 동성애자인 듯한 연기를 했는데….

"사실 그 연기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심어줬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동성애자가 쁘야숑이란 캐릭터로 연상될까봐…."


▷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또 연예인으로서 처음 커밍아웃을 해서, 동성애자들이나 차별받는 소수자들 입장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부각됐다.

"알고 있다. 그냥 자유롭게 구속당하지 않고 살고 싶지만, 내가 해야할 일을 어렴풋이 나마 알고는 있다. 그러나 투사처럼 살기는 정말 힘든 것 같다. 투사가 못 되더라도 열심히 살겠다."


▷ 방송출연중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생각은 없는가?(거침없이 말하던 홍씨, 이 대목에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방송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소송을 할 경우, 이기고 지고를 떠나 방송활동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고 싶지도 않다. 우선 워낙 많이 시달렸기 때문에 제대로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홍씨는 요즘 하루에 백통도 넘게 전화가 온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걸려오는 전화로 대화가 자주 끊겼지만 그는 묻는 말에 성실히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