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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어린이날 특집 기획 ① 함께 살아가야 할 아이들


다시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일년에 단 하루 선물공세로 아이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사회가 아니라, 일년 내내 아이들의 소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인권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 역시 가난과 차별, 소외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그들의 부모와 가정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사회와 국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세상 속으로' 들어간 현이

올 봄부터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 현이(가명, 6살)는 정신지체 장애아동이다. 현이의 어머니 신 씨는 특수교육 대신 일반 아이들과의 통합교육을 선택했다. 현이가 일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우리 사회의 성원으로 커나가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 씨는 지금 현이가 일반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의 반대편에서 어머니 신 씨는 힘겨운 싸움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장애아동이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부대끼며 사는 길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 씨는 "일반 아이들의 부모와 선생님을 이해시키는 문제, 장애아동을 위한 시설과 환경을 갖추도록 하는 일 모두,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직접 발로 뛰어다녀야 하는 일"이라며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몰이해를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장애아동이 없는 학교를 자랑스러운 듯 말하는 학교장을 볼 때면 우리사회가 장애아동에 대해 얼마나 배타적인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신 씨는 말한다.

이제 막 '세상 속으로' 들어간 현이의 미래가 '우리 모두'의 일로 여겨지기를 현이의 어머니는 기대하고 있다.


글방을 찾아서

30여명 아이들의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서울 봉천3동의 한 글방. 거기서 만난 주희(가명, 10세)는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철거반원들이랑 싸우는 게 싫어요. 근데 엄마는 지금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라며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로 엄마를 걱정한다. 봉천3동은 지난해 내내 강제철거의 소용돌이 속에 주민들과 철거용역 간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집이 부서져 동네가 없어지는 것도 싫고 포크레인 소리도 싫지만, 친구들이 이사가는 것이 제일 싫어요"라고 말하는 욱이(가명, 12살)의 이야기 속에는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들이 묻어난다.

넓은 운동장도 놀이터도 아닌 비탈길과 철거의 잔해 속에서 자라나는 철거촌 아이들. 그래서인지 이들은 먼길을 마다 않고 글방을 찾아든다. 하나둘 이사가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라도 하려는 듯….

장애만으로도 힘든 아이들에게 편견의 짐까지 지우는 사회, 가난에 지친 아이들에게 어두운 상처를 주는 현실, 우리 앞에 놓인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