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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전기, 가스요금 인상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나

최근 정부여당은 2분기 전기, 가스요금 인상 보류를 발표했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난방비 폭탄으로 나타났던 여론 악화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인상 보류를 밝히면서 이는 요금 동결이 아니며, ‘전기,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재확인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에너지 공기업 적자 해소와 에너지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 요금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여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야당과 여러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여론 눈치보기를 비판했다. 

에너지 요금 인상 철회요구를 둘러싼 논란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는 이번 파업의 핵심 요구 중 하나로 ‘대기업의 에너지 요금 대폭 인상’과 ‘시민들의 필수적 에너지 요금 인상 철회’ *를 내걸었다. 이러한 방향이 바로 에너지 사회공공성 강화이자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필요한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장 발표 이후, 기후/환경 운동 내외부에서 여러 이견과 비판이 제기되었다. 특히 ‘에너지 요금 인상 철회’라는 선명한 요구가 그동안 환경운동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에너지 요금 합리화/현실화’와는 배치되는 주장으로 읽혀서였다.

이에 414 조직위는 ‘기후위기 시대, 공공요금 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제목으로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온오프 130여 명이 함께 한 토론회에서는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주발제를 맡은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실장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가 전쟁 또는 기후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위기가 아니며, 에너지가 점점 더 투기시장의 먹잇감이 되면서 가격변동성이 심해졌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도 이러한 에너지 시장화/민영화 경향에 고스란히 노출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차적으로 이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적자로 드러났고, 다음 단계로 적자해소를 위한 에너지 요금인상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 정부가 전력 소비를 많이 하는 10대 대기업들-삼성전자, 현대제철,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에게 할인해주는 요금액이 지난 5년 간 4조 2천억 원에 달했고, 민자가스발전사들도 조 단위의 이익을 거뒀다. 이러한 특혜를 중단하고, 가정용 요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대기업들의 에너지 요금을 대폭 올리면 공기업 적자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 하지만 기후위기 관점에서 ‘적자 해소’보다 훨씬 중요한 지점은 사회 전체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 이를 위해 어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어떤 에너지는 보장할 것인지다. 

414 기후정의파업, 시민들의 에너지 요금 인상 철회하라!

414 조직위는 이를 ‘시민들의 필수적 에너지 요금 인상을 철회’로 주장했다. 이는 ‘대기업의 에너지 요금 대폭 인상’과 함께 제기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 소비의 주체가 누구인지이다. 에어컨,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을 놓고 어떤 게 필수가전인지 토론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생산의 목적이 이윤인 ‘자본’이 에너지 소비의 주체가 되었을 때, 이는 사회적 필요와 필수재로서의 에너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에너지 요금 인상은 현재 공기업과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에너지비용을 되돌리는 첫 걸음이며, 더 나아가 ‘자본’의 에너지 사용 자체를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기후위기 역시 현재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문제가 관건이다. 이를 외면한채, 가정용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합리화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순진하고 무책임할 뿐 아니라 에너지 시장화라는 맥락에서 오히려 악용되기 쉽다.

에너지는 삶의 필수재이자 공공재로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사회공공성의 원칙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중요하다. 이는 ‘접근권’의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 에너지 기본권을 ‘접근권’의 문제로 해석하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가 해결책으로 등장한다. 에너지가 권리라는 것은 에너지를 누가 사용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권리주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상품이 되고 가격신호에 따라 통제 가능한 재화가 된다면, 언제나 가난한 이들은 에너지 취약계층에 머물 것이며, 자본의 에너지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해진다. 돈 내고 에너지 소비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 결과로 어떤 기후/생태 위기가 발생하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공공요금 인상, 결코 일시적이지 않을 문제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요금인상 기조를 결코 철회하고 있지 않다. 이미 상당히 오른 전기, 가스 요금은 여름과 겨울을 지날 때마다 요금폭탄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하반기 지하철, 버스 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기후위기 시대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공동체’라는 지향과 가치가 더욱 중요해져야 하지만 자본은 먹잇감으로 여전히 공공영역을 노리며 공격해들어온다. 더구나 그 명분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걸고 말이다. 명실상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태적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경로는 ‘요금인상’이 아니라 ‘사회공공성 강화’다.


* 414기후정의파업의 기조 및 핵심 요구안 등의 자세한 내용을 담은 <414기후정의파업 가이드북>이 나왔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자료실에 있으니 많은 관심, 그리고 414기후정의파업 당일 참여! 부탁드립니다 :) 
** 공공요금인상 쟁점토론회 자료집은 인권운동사랑방 자료실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