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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끝내야 할 것은 이스라엘의 점령이다

팔레스타인 학살과 폭력을 멈춰 세우기 위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집회가 열린 10월 22일, 팔레스타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분노하며 비통한 마음이 모였다. 이스라엘 대사관이 있는 종로 거리를 행진하며, 집단학살 중단과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외쳤다. 이날 함께 한 동료로부터 2014년 7월에도 이 장소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집회를 했었다는 회고를 들었다. 그 이전에도, 그 사이에도 반복하며 쌓여온 학살의 시간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이 시간을 어떻게 멈춰 세울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폭력을 뒷받침하는 미국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습을 ‘정당한’ 보복이라며 서방국가들은 재빨리 이스라엘에 견고한 지지를 보냈다. 봉쇄와 계속된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며 반인도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앞다퉈 팔레스타인 지원을 말하며 인도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잃지 않기 위해 나섰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인도적 지원을 말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규모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며 집행했다. 이스라엘에 폭탄, 전투기, 장갑차량 등 무기를 신속히 보냈고, 이스라엘을 위한 군사원조를 더 늘리겠다며 추가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아랍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이스라엘에 막대한 군사원조를 이어왔다. 그 지원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상에 쓰였다는 것이 밝혀져도 미국은 조건 없는 원조를 이어왔다. 재앙을 멈춰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추진된 ‘휴전’ 촉구 결의안도 미국의 반대로 막혔다. 봉쇄를 임시 해제하며 지원을 위해 ‘일시적 정지’는 필요하지만, ‘휴전’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미국이 틀어막으며 안보리 결의는 불발됐고, 유엔 총회에서 휴전 결의가 얼마 전 통과됐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을뿐더러 정당성을 부여해준 미국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휴전은 곧 항복”이라며 대규모 군사작전을 계속 키워가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피해는 유례없는 규모를 계속 기록 중이다. 사망자 수가 만 명에 이르고 이중 아동은 절반에 달한다.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한 해 동안 사망한 아동의 수보다 한 달 사이 팔레스타인에서 사망한 아동이 더 많다. 눈 깜짝하는 사이 비극적 기록이 계속 갱신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전 세계가 주목하며 집단학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쟁’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시상황’이 팔레스타인의 일상이었다. 그 폭력과 학살을 낳은 구조적 원인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있다. 이 점령을 미국과 세계가 승인해온 시간 위에 오늘의 폭력과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점령국 이스라엘이 자행해온 학살의 역사

이스라엘의 역사는 점령지를 넓혀온 피의 역사였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로 나누는 유엔 분할안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무시하며 1948년 이스라엘은 일방적으로 건국을 선포했다. 이후 팔레스타인 민중을 계속 내몰고 죽이며 팔레스타인 땅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중동전쟁 이후 1967년부터 지금까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로 쪼개진 나머지 팔레스타인 땅조차 군사점령을 이어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땅 전역을 거대한 분리장벽으로 둘러쌓고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아온 마을, 가꾸어온 올리브나무를 파괴하면서 유대인 불법 정착촌을 확장해왔다. 2007년부터 완전봉쇄하여 이스라엘 허가 없인 출입할 수 없는 가자지구는 언제나 식수와 식량난에 시달렸고, 실업률과 빈곤률은 계속 최악으로 치달아왔다. 이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은 무력으로 진압해왔다.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눈앞에서 마주친 이스라엘 군인과 불법 정착민의 총격으로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비상사태가 팔레스타인의 상시적인 조건이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인권침해를 ‘유대인의 배타적 자결권’으로 포장하며 2018년 7월 이스라엘은 ‘유대 민족 국가법’을 기본법으로 제정했다.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규정하고,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권자가 20%이지만 공용어였던 아랍어를 제외하며 히브리어만을 인정했다. 인종차별을 법과 정책으로 공식화하는데 미국의 영향이 컸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수도를 예루살렘이라 선언하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민족 국가법 제정을 주도했던 네타냐후 총리가 2022년 극우세력의 결집으로 재집권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한 정부 행보에 제동을 걸어온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개악을 밀어붙이고, 불법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강행하며 팔레스타인인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금기시되어온 동예루살렘 지역 이슬람 성지에 경찰을 투입해 충돌을 유발하고, 침입하고 공격하며 도발을 일삼아왔다. 올해 9월 기준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 군인과 불법 정착민에 의해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미 작년 희생자 수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에 공모하는 한국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하면서 팔레스타인에 행한 차별과 폭력은 오랫동안 문제로 짚어졌다. 분리장벽이 위법하며 철거해야 한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이 2004년 있었다. 불법 정착민을 철수시키고 불법 점령지를 반환하라는 유엔 결의도 잇따랐다. 2021년 국제형법재판소는 불법점령을 전쟁범죄로 조사한다고 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경고도 계속 이어져 왔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과 어긋난 행보를 한국 정부는 보여왔다. 지난 유엔 총회의 휴전 촉구 결의안에서도 기권했다. 하마스 규탄 내용이 없다는 핑계를 댔지만, 그동안 이스라엘의 불법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행보에 한국 정부는 언제나 기권하며 동참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0년 사이 한국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3배 가까이 늘었다. 팔레스타인 학살에 쓰여온 무기 판매를 K-방산의 도약이라 말하고 있다.

쌍방 간 ‘분쟁’인 것처럼 왜곡하는 프레임 안에 폭력과 학살에 맞서온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을 왜곡하는 것에,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며 모든 문제의 근원인 이스라엘의 불법점령 종식을 국제사회가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점령을 공고히 해왔던 이스라엘은 이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을 ‘인간 동물’이라 칭하며 ‘문명 대 야만’의 대결로 끝을 보겠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점령을 정당화해온 ‘문명’이라면 끝내야 할 것은 그 문명이다. ‘익숙한 뉴스’가 되어버린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멈춰 세워야 할 것은 팔레스타인 축출을 ‘지상과제’로 삼아온 이스라엘의 점령이다. 집단학살의 기록을 계속 쌓아가려는 이스라엘을 멈추게 할 목소리와 행동이 다급하다.

존재가 저항인 팔레스타인 민중과 함께

올해 초 팔레스타인 현지 활동을 다녀온 동료가 팔레스타인 상황은 여전히 나쁘지만 “아름다웠다”고 이야기했을 때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말이 낯설었다. 피해 규모가 크지 않으면 뉴스조차 되지 않는 팔레스타인은 내게 거대한 장벽, 무너진 집, 폐허가 된 마을로 언제나 ‘잿빛’으로만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인권 실태를 찾아보던 중 인용된 인터뷰를 보며 그가 말했던 아름다움이 무엇이었을지 다시 떠올려보게 됐다.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모두들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아요. 이곳 ‘난민촌’을 팔레스타인 땅으로 귀환하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상징하는 집단공간이니까요.”

지도에 없는 나라인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통해 드러나고 존재해왔다. 폐허가 된 곳에서 서로를 돌보며 다시 삶을 꾸리고, 파괴에 온몸으로 맞서며 다시 땅과 생명을 일구면서 ‘존재가 곧 저항’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매일의 도전을 이어왔다.

그렇게 삶으로, 온몸으로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기억시켜온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려는 학살 속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서로의 몸에 이름을 써주면서 ‘죽음’에 대비하고 있다. 오랜 시간만큼 팔레스타인 해방은 멀어 보일지라도, 해방을 가로막고 지연시켜온 조건을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부터 뒤바꿔가는 것은 우리가 바로 함께할 수 있다. 비극의 기록이 더 쌓이지 않도록 집단학살 중단과 불법점령 종식,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함께 하자. 이를 촉구하는 서명, 집회, 캠페인 등에 함께 하고 이스라엘 점령의 문제를 더 많이 이야기하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폭력과 학살의 공조자 노릇을 해온 한국 정부와 군수 자본을 규탄하며 공모하지 못하도록 요구하자. 절망적인 이 상황을 당장 멈추는 것, 그리고 이후에 또다시 이 폭력과 학살이 반복되지 않는 길을 만들어가야 할 몫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다.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긴급행동이 11월 4일 2차 집회를 비롯해 이어집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