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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경찰을 집회 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겠습니다!”

저항과 연대의 권리를 위해 열린 ‘꽃보다 집회’

저항과 연대의 권리를 위해 열린 ‘꽃보다 집회’
정록

지난 5월 29일 대한문 앞에서 ‘꽃보다 집회’라는 집회가 열렸다. 아니, 열리려다가 아니나 다를까 경찰의 분탕질로 난장판이 되었다. 그날 집회는 ‘집회 시위 제대로’ 모임에서 제안해서 열린 자리였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 대해, 정부정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나누는 자리인 ‘집회’가 지금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우리가 절대 양보하고 포기할 수 없는 집회 시위의 자유, 저항과 연대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 함께 할 구체적인 행동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런 선언을 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대한문이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에 일어난 24명의 사망. 이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농성장이 들어선 곳이 대한문이다. 그런데 지난 4월 방화사건이 일어나 농성장이 불타고 그 이후 경찰과 중구청은 아무 근거도 없이 인도에 화단을 조성해 분향소와 농성장이 들어설 자리를 밀어냈다. 이미 집회신고 장소로 접수된 곳을 남대문경찰서 혼자서 집회불가지역으로 설정한 것이다. 특히 그 이후부터 경찰들은 대한문 앞을 무슨 전쟁터처럼 만들었다. 화단에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과잉대응, 대한문 주위를 넓게 둘러싼 경찰병력들, 언제나 상주하고 있는 경찰버스들까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서울시내 한복판에 차린 분향소와 농성장이 안에서는 꽃밭에, 밖에서는 경찰들에 겹겹이 둘러싸인 형국이 되었다.

그런 장소에서 수십 명이 모여 집회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회에서 집회시위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꽃보다 집회’ 참여자들은 대한문 앞에서 너무나 당당하게 자신들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경찰들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죽비가 되고자 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개최한 집회마저도 경찰은 꽃밭을 지켜야 한다면서 집회 장소에 난입했다. 경찰들을 집회 장소에 세워둔 채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던 우리는 집회 장소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음을 명시한 집시법을 근거로 들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여졌고, 경찰은 눈을 조준하며 최루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집회 장소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최성영은 방송차로 시끄럽게 해산과 연행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모조리 채증하라고 하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최성영의 당당함은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그 순간 ‘지금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경찰은 당장 해산하십시오. 해산하지 않을 시에는 집시법 3조 1항을 위반한 경찰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라는 마이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경찰에게 더욱 거세게 항의했고, 몸으로 밀며 집회 장소에서 몰아내려고 했다. 이게 정당한 공무집행이냐며 사람들은 앞에 선 경찰들에게 지금 당장 소속과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그 전까지 참가자들에게 자기들 밀지 말라고, 흥분하지 말라고 하면서 당당하게 소리치던 경찰들이 눈길을 피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거나, 다른 곳을 응시하면서 묵묵부답이었다.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큰 소리 치더니 왜 이름을 밝히지 못하냐는 항의에 한 마디도 못하던 경찰들. 대체 집회 참여자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마스크까지 쓰면서 집회장에 나타나는 건지 알 수 없는 경찰들이었다.

경찰과 싸울 때 그 어느 때보다 당당했던 우리들은 그 날 간단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냥 당위적이고 원칙적인 이야기만 쓴 게 아니라, 집회시위를 하는 모든 이들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선언이었다. ‘준법서약서는 쓰레기통으로’, ‘집회신고는 우리의 필요에 따른 선택이다’, ‘집회를 방해한 경찰의 신분을 밝혀내 책임을 묻는다’, ‘경찰이 자행한 인권침해보고서를 작성해 공론화한다’, ‘집회는 허가제가 아니므로 금지보완통고에 적극 대응한다’ ‘검찰과 경찰의 부당한 소환과 수사에 공동 대응한다’

현행법마저 어기는 자신들의 행동이 정말로 당당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경찰들에게, 진짜 정신 번쩍 들게 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집회 시위의 권리는 당당한 우리의 자유이자 권리고, 너희는 그걸 보호해야 한다고. 요즘 집회 현장에 있다 보면 이들이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경찰이 아니라, 정말 자기들 행동이 정의롭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우리도 쟤네는 원래 그렇다며 체념하지 말고, 당당히 주장하고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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