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 영화제의 주제는 "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라는 신념과 종교에 관한 영화. '종교'뿐 아니라 각 지역마다 만연하고 있는 시대적 신념에 대해 분석해 보겠노라고 영화제 측은 개회사를 통해 말했다. 지난해 9.11의 충격을 분석하기 위해 "현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주제였던 것을 다시 상기하면서 영화제 측은 '매체의 신념과 진실'이라는 주제로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믿고 있습니까"라는 진지한 질문으로 영화제는 진행되었지만 이번 영화제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마이클 무어였다. 마이클 무어는 인권영화제와 노동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도 이미 적지 않은 팬을 가지고 있는 인기 다큐멘터리 작가이다. 그의 신작 <보울링 컬럼바인>이 개막작으로 상영되었고 <로저와 나> <빅원>등 대부분의 그의 작품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열려 영화제 내내 성황을 이루었다. 컬러바인 고등학교 총기 사건 등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빈번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묻는 이 영화는 마이클 무어식 폭소를 기대하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컬럼바인 고등학교, 사우스 캐롤라인 초등학교 총기사건 등 미국에서 발생한 끔찍한 총기사건의 이유는 바로 침략적인 미국정책에 있으며 총기를 무분별하게 제조 판매하는 비윤리적 자본에 있다는 것을 핵심적으로 지적하는 작품이다.
장편 경쟁부문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은 <보올링 컬럼바인>을 비롯해 체첸공화국의 어린이 무용단을 다룬 <댄스, 그로즈니 댄스>, 인도로 팔려간 네팔 서커스 소녀를 취재한 <스타키스-서커스 걸>, 행동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미국의 한 하층 민중을 담은 <스티비>, 2차대전 전후 이라크의 좌파 아랍계 유태인의 기록 <바그다드를 잊어라> 등이 있었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미국 다큐멘터리 작가 스티브 제임스의 <스티비>에 돌아갔다. 감독그가 대학생이었던 80년대 초반 행동장애아였던 스티비를 돕는 자원봉사를 했었다. 수년이 흐른 후 스티비가 어떻게 사는 지도 궁금했고 솔직히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하는 의도도 있어 그를 다시 방문한다. 감독이 스티비가 사는 일리노이를 방문했을 때 그의 사는 모습은 옛날보다 더 형편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촬영을 시작한 지 2년 후 스티비는 끔찍한 사건의 용의자로 재판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무죄판결을 받게 되지만 감독은 영화를 통해 미국 하층민 가정의 붕괴와 더불어 가족 구성원의 몰락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장 감동적인 박수를 받은 작품은 <단스, 그로즈니 단스>. 수년간의 러시아 침공으로 살육의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서 민속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다. 폭격과 총탄을 피해가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는 춤을 가르치고, 배우고, 몰입하는 것은 체첸의 지옥 같은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춤을 배우던 연습장과 피아노가 폭격으로 파괴된 곳에서도 맨 바닥을 딛고서라도 이들은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이다. 전쟁의 와중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이들의 명성이 알려져 순회공연까지 하게 된다.
암스텔담 앰네스티는 올해부터 이 영화제에 앰네스티 섹션을 경쟁부문으로 만들었다. 모든 부문에서 10편의 작품이 선정되어 경합을 벌였다.
수상은 킴론지노토의 <그날을 결코 잊지 못해!>가 받았다. 북아프리카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여성할례를 다룬 이 영화는 작가 특유의 집요한 카메라 워크를 보여줘 여성할례의 반인권성을 폭로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끔찍한 장면마저도 촬영하는 것을 고집해 상영 도중 관객이 실신하는 일마저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