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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가난해도 전기를 사용할 권리, 죽지 않을 권리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놓고 자던 중학생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7월 10일 새벽 경기도 광주의 한 농가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집은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지난 달 말부터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이 많이 연체된 이유도 겨울철 난방을 하지 못해 전기장판으로 생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2004년에도 한 장애인 부부가 전기 요금 10만원 때문에 단전이 돼 촛불을 켜고 지내다 불이 나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 빈곤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유연화로 인한 비정규직의 확대는 빈곤 문제를 더욱더 심화시켜, 현재 실업 상태에 있거나 일을 하더라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빈곤층이 최소 8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 수급권자는 140만여 명에 불과하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중학생의 집도 수급권자는 아니었지만 전기와 전화 모두 끊긴 상태였다. 지난해 9월까지 전기료를 체납한 가구는 89만3272 가구에 달했고, 단수된 가구만 해도 지난해 2195건이나 됐다.

에너지는 물과 더불어 이미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인간적인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경제력에 기반한 불평등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이 2개월 이상 미납되면 전기를 끊어버린다. 그들에게 '전기'란 단지 독점할 수 있는 '상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한전이 독점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은 1조9700억 원, 당기순이익은 2조88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것이 공공의 이익으로 환원되기는커녕 겨우 88만 원의 미납액에 단전을 실시해 한 어린 생명을 앗아가는 잔인한 결과를 낳았다.

프랑스는 '최저사회복귀보조에 관한 법'을 통해 "곤궁상태로 특별한 곤란에 직면해 있는 모든 자 및 가족은 수도, 에너지(전력 및 가스), 전화서비스를 받거나, 서비스를 받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의 보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차상위 계층까지 포괄한 빈곤층 전반이 국가로부터 가스·수도·전기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 즉 에너지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에너지를 권리로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공성이 보장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바로 국가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