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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내년 1인 최저생계비 36만원

농성단, "이 돈으로 살 수 있나 대통령이 한번 살아보라"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올 최저생계비 35만6천여원에서 단지 1만원 가량 인상된 수준으로 책정됐다. 보건복지부는 1일, 올 최저생계비에서 물가인상율 3.6%를 반영해 내년 최저생계비를 36만8223원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빈곤과 최저생계비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농성단은 이 같은 소식에 "생계형 자살이 속출하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발표"라며 분노를 표하고 이에 항의하는 행사를 가졌다.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보건복지민중연대 등 26개 단체로 구성된 농성단은 오전 11시 한 달치 최저생계비로 구입한 쌀, 배추, 계란 등의 물품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향했다. 이들은 "겨우 3.6% 인상돼 봤자 빈곤계층의 고통스런 삶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며 기초생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생계비 책정을 강력 규탄했다.

민중복지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전물량방식으로 일률적으로 책정되어 물가인상률만을 반영해 왔다"며 "최소한의 필요물품의 총합인 전물량방식은 빈곤계층의 절망적인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물량방식에 따르면, 올해 최저생계비는 식료품비 14만원 외에 주거비 7만원, 전기·수도·난방비 2만1천원, 의료비 1만9천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 사무국장은 "7만원으로 어디서 집을 구하고 2만1천원으로 어떻게 겨울을 나겠냐"고 꼬집은 뒤 "134만 명의 최저생계비 수급자가 실제로는 평균 16만원만을 받고 있지만 오늘 우리는 올 최저생계비 35만원에 주거비 7만원까지 보태 물품을 사왔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이걸로 한 달만 살아 보라"고 외쳤다.

이어 농성단은 "이것으로 한 달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정부는) 상대적 빈곤선을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정하고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선진국과 같이 상대적 빈곤선을 평균임금의 50% 정도로 정하고, 여기에다 도시·농어촌의 지역별 차이와 장애·환자·노인가구 등 가구유형별 차이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생계물품을 청와대로 직접 전달하고자 한 농성단의 계획은 경찰의 방해로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농성단이 청와대를 방문하려 하자 경찰은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면 행진이 되기 때문에 집시법 위반"이라며 이들을 가로막았다. 청와대로 물품을 전달하려는 농성단과 대표 2-3인만을 허용하겠다는 경찰 측과의 다툼 끝에 경찰은 배추, 계란 등 생계물품을 내던지며 '과도한 저항을 한' 5명을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했다. 장애인 2명을 포함한 이들 연행자들은 이날 밤 10시 현재까지 풀려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