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보호 토론회,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강조
△건당 50원 -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 △건당 300원 - 신용카드번호, 은행계좌번호 등 △건당 600원 - 연봉 등 소득정보. 지난 4월 12일 불구속 입건된 19세의 해커 김모 군이 신용카드결재승인처리업체 홈페이지에서 빼낸 780만여 명의 개인정보에 대한 판매가격이다. 김모 군은 이전에도 80여개 업체에서 6백여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적이 있어, 한 개인이 1천4백만 명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해킹한 셈. 이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1/3을 초과하는 인원이다.
이 사실은 24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열린 프라이버시보호네트워크 제1차 정기토론회에서 언급된 사례 중 하나다. 토론회는 함께하는 시민행동,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10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프라이버시보호네트워크가 개인정보 유출실태를 진단하고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한 사회적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발제를 한 서경대학교 정영화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 입법 △지역별 개인정보은행 창설 △공공부문 정보담당관 제도도입 △주민등록번호제도 폐지 혹은 수정 등 정보사회의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기했다. 이어 민변 이은우 변호사는 “개인정보에 관해 통합적인 법률이 부재”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또 개인정보가 통합되고 독점화되는 경향에 대해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개인정보가 본인의 동의없이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주민등록법개정행동연대 윤현식 씨는 “국가가 행정․금융․국방․공안전산망 등 분야별로 자원정보를 전산처리하고 이를 연동시켜 최대한 공동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윤씨는 이 모두가 ‘주민등록번호’를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한 후,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윤씨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여권발급을 거부당했다. 현재는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준비중이다. 또한 주민등록번호 조합체계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주민등록법 폐지투쟁을 해나갈 계획이다. 토론이 끝난 후 윤씨는 “자신의 정보를 소중히 여길 것”을 시민들에게 부탁하며, “카드를 해지하거나 회원을 탈퇴할 때 ‘남아있는 내 개인정보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