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홍익대에서는 제9기 한총련 정기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있다. 경찰병력은 대회장소인 홍익대를 겹겹이 포위했고, 대검 공안부는 한총련 대의원 전원에 대한 검거 방침을 확정했다. 공안당국의 논리는 거침없다. 한총련이 이적단체라는 건 97년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적규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총련이 자진 해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고뇌의 흔적도 없이 해맑은 청년 수백 명을 잡아들이겠다는 이 ‘야무진 언사’ 앞에서 우리는 절망감을 넘어 비애를 느낀다. 공안당국이 드는 ‘한총련=이적규정’의 근거는 한총련이 ‘연방제 통일, 미군철수’ 등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라고 하자. 그러나,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왜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인지, 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그저 오래된 ‘대한민국식 감각’일 뿐 논리적 해명은 없다.
한총련이 ‘연방제 통일’ 등의 주장을 하기 때문에 이적단체라는 건 거짓이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한총련은 이적단체여야 하기 때문에’ 이적단체가 된 것일 뿐이다. 그럼 왜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지목되는가? ‘불온’하기 때문이다. 왜 불온한가? ‘감히’ 권력에 반대하고, ‘결연히’ 공권력에 대들고, ‘무엄하게’ 국가대사에 ‘간섭’하기 대문이다. 결국 한총련은 ‘공안당국이 보기에 삐딱한 자’들이 뭉쳤으므로 이적단체가 된 것이고, 그 대의원들은 감옥에 가야하는 것이다. 여기에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한총련을 계속 이적단체로 묶어두는 것은 7조 3항으로 상징되는 ‘비판적 세력에 대한 통제권’을 움켜쥐려는 것이다. 불온한 한총련이 있으므로 하여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 와중에도 7조 3항을 지켜낼 수 있고, 7조 3항이 살아남아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공안당국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7조 3항은 비판적 정치 세력의 등장을 감시하고 막는 강력한 수단이며, 결국 비판적 목소리를 봉쇄하려는 독재 권력의 질긴 유산이다.
새로 구성된 9기 한총련 대의원 870명은 ‘이적단체 구성’의 덫에 걸려 오늘은 홍익대를 둘러싼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나갈 궁리를 해야하고, 내일은 어디에 거처를 두고 활동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가족을 만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이적단체 한총련’을 구성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