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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간존엄성에 대한 도전을 멈춰라"

인권단체, '부평' 인권유린 기자회견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공권력이 투입된 지 한 달, 이후 부평은 '인권침해 종합전시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대우자동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공권력 남용 실태를 조사한 끝에 그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의 인권유린을 규탄했다.


인권유린 조사결과 발표

국제민주연대, 다산인권센터 등 9개 인권단체는 19일 오전 11시 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무시한 검문, 팬티 차림으로 실시한 몸수색, 취재기자 폭행, 임산부 유산' 등 10여 가지 유형의 인권침해 사례를 제시했다. 이 사례들은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노동자와 그 가족들 1백 2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다.

이날 회견에는 대우자동차 노동자 임재환(31, 조립2부) 씨가 직접 나와 자신이 경험한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했다. 임 씨는 지난 2월 24일 치아 교정 치료를 받으러 서울대병원에 가기 위해 부평역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임씨는 2명의 전경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계양경찰서로 연행됐다. 연행과정에서 전경들은 자신들의 소속, 이름은 물론 연행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임 씨를 조사하던 계양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느냐"며 윽박지르고 진술서 작성을 강요했다.

또 정순희(34, 대우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 의장) 씨도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은 아기 아빠를 조금이라도 돕겠다고 20개월 된 아이를 등에 업고 지난 7일 백운공원 집회에 나갔다가 난생 처음 '닭장차' 신세를 졌다"며 "경찰서에서 아이는 울어대는데 젖병도 주지 않고 뭐라 묻는 말엔 대답조차 안 해줘 너무너무 답답하고 무서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또 함께 집회에 나갔다가 머리채를 잡히고 사지를 들린 채 땅에 끌려 연행 당한 이옥선 씨가 지난 16일 유산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정 씨는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어린이 팔을 비트는 어른의 폭력"

한편 인권단체들은 "무력감에 휩싸인 그들의 엉거주춤한, 연민마저 느끼게 하는 약자의 자기표현에 대한 경찰의 몸서리쳐지는 폭력과 인권유린은 흡사 어린이 팔을 비트는 우악스러운 어른의 폭력을 방불케 한다"고 강조하고, "부평의 노동자에게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권리를 즉각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원래 이날 회견은 경찰청 기자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경찰청 간부들이 "경찰규탄 기자회견을 경찰서에서 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인권단체 대표자들의 경찰청 출입을 막아 결국 회견은 경찰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도전"

한국기독교교회협 인권위원회 황필규 목사는 "우리들이 경찰청 기자실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경찰들이 부평에서는 대우자동차 노조원들이 노조사무실이 있는 공장 출입하는 것조차 가로막고 있고, 인천시내 전체에 계엄상황을 조성하고 있다"며 "대우노동자들에 대한 이 같은 탄압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도전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경찰 당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날 인권단체들은 정부에 △지난 한 달간 경찰에 의해 발생한 인권 침해 행위 조사, △인권 침해 관련 책임자 사퇴와 해당 경찰관 처벌, △부평 일대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상주한 경찰 병력 즉각 철수, △대우자동차 노동자·가족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했다.

회견 후 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 등 5명은 인천지방경찰청장·인천 남부경찰서 등 8개 경찰서장·전투경찰대 지휘책임자들을 폭행·직권남용·불법체포·불법감금 등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