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오랫동안 사랑방의 티끌이 되려 하는

혜원 님을 만났어요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에서는 저와 청소년 운동을 통해 만나 서로 오랜 시간 알아오며, 지금 각자 발 디딘 곳은 조금씩 변했지만 여전히 소중한 친구로 남아있는 혜원 님을 만났습니다.

청소년 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로, 함께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친구로 만나온 시간이 길어서 그럴까요? 후원인 인터뷰를 통해 만나자니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요. 새롭게 생겨난 관계를 즐기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단법인 문화사회연구소’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동시에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활동가 혜원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 혜원 님과 사랑방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처음 청소년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알았으니 한 10년 된 것 같네요. 가끔 인권교육센터 들 사무실에 갈 일이 있었는데 사랑방이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었거든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렇게 중림동과 와우산 사무실을 오가면서 사랑방 활동가들과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사무실에서 가끔 밥을 얻어먹다가, 때로는 집회와 이런저런 행사에서 함께 하다가 좀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요.

 

◇ 오래 사랑방과 알고 지내셨는데, 사랑방 후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랑방을 떠올리면 왠지 모를 든든함이 느껴져요. 청소년 운동을 하면서도 사랑방은 늘 좋은 이웃이자, 든든한 동료였고요. 작년 말에 진행했던 ‘활기’ 후원행사 때 사랑방 활동가들이 많이 애써준 것도 기억나네요. 저~ 멀리서 음식 준비를 위해 커다란 들통을 들고 신촌 거리를 걸어오는 사랑방 활동가들이 그렇게 든든하고 멋지게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후광이 막...!

사랑방 활동가들이 고단한 만큼, 고단한 덕분에 제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믿어요. 언젠가 취직을 하고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게 되면 ‘꼭 후원해야지’ 했던 단체가 몇 있는데, 사랑방도 그중 하나였어요.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고단할 텐데, 재정 걱정만이라도 좀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래봤자 정말 소액이지만,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 아니겠어요? 앞으로도 최대한 오랫동안 사랑방의 티끌이 되어볼게요~

 

◇ 좋은 인연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혹시 사랑방과 함께했던 활동 중 기억나는 게 있으신가요?

 

단체로써 사랑방과 함께 활동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방 활동가 몇 분과 함께 이런저런 활동을 했던 기억은 나요.

한 5년 전쯤인가, 정록 활동가와 함께 11회 인권활동가대회를 준비했어요. 저는 준비팀에 좀 뒤늦게 합류했는데, 가자마자 홍보 영상도 만들고 회의도 많이 하고 재미있었어요. 요즘도 활동가대회 시즌만 되면 그때 생각이 불쑥불쑥 나네요. (“정록 보고 싶다~ 잘 지내니?”)

또 미류 활동가랑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관련 활동도 했었네요. 열심히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고민을 던져준 활동이었어요. (“미류 얼마 전에 봤지만 또 보고 싶다~”)

 

◇ 얼마 전에는 여행을 다녀오셨잖아요. 자랑 좀 해주세요.

 

태국으로 늦은 휴가를 다녀왔어요. 여행 내내 조용한 섬에 머물렀어요. 많이 자고,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데 충실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간간이 헤엄도 치고요. 휴가 직전까지 많이 바빠서 여행 준비를 잘 못 했던 바람에 걱정했는데, 막상 가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록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숙소 벽 앞에 옹기종기 모인 작은 도마뱀들과는 끝끝내 친해질 수 없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고 싶어요. 그 때는 한 달쯤 살다 오려고요.

 

◇ 요즘에 푹 빠져있는 취미생활 같은 게 있나요?

 

취미생활이라기보다는 작년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한 뒤로 경기 직관 가는 게 삶의 쏠쏠한 재미가 되었습니다. 응원팀이 광주 연고지 팀이다 보니 직접 경기를 보는 게 쉽지 않지만요. 그래서 서울 경기가 있는 날에는 꼭 야구장에 경기를 보러 가려고 애써요. 야구장 직관은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응원팀이 야구를 잘 못해서 맥주를 정말 많이 마시게 되더라고요. 보고 있으면 목이 타고 속이 터지거든요.

 

◇ 최근 문화사회연구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문화사회연구소가 지난 5월에 새 공간을 열었습니다. 한동안은 이 공간을 가꾸고 안정시키는데 온 힘을 쏟았어요. 조금 자리가 잡힌 이후에는 이 공간을 통해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고요. 또 다양한 강좌와 학술모임을 기획, 진행하기도 해요. 9월부터 진행 중인 ‘가족x민주주의’ 강좌는 스태프로서 듣게 되었지만, 재미있는 주제고 배워가는 것도 많아서 만족스럽습니다.

 

◇ 청소년 운동을 오래 하다가 문화사회연구소로 활동 영역을 바꾸게 되었을 때 걱정과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조금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활동 영역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물론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전보다는 청소년 운동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역량이 줄었지만, 청소년 운동에 필요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최근 연구소 활동 중 ‘독립연구자 연구펀딩’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요약하자면 연구자(혹은 연구)와 후원인이 있고, 이 둘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연구소가 있는 거죠. 연구소가 속한 ‘독립연구자 네트워크’에서 연구자와 연구를 소개하고 홍보하면, 후원인들은 자신이 관심 있거나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연구에 펀딩을 하는 활동이었어요. 나중에는 연구 발표회도 진행하고요. 이 활동이 재미있었는데, 이번에 활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인권운동 빽빽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아이디어를 참고하기도 했어요.

또 연구소에서 청소년 대상 강좌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는 청소년 운동을 하며 인권교육을 했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고요. 다른 연구원들과 교육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토론도 많이 했어요.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 속에서 아직은 많이 헤매고 있지만, 청소년 활동가인 나에게도, 연구소 활동가인 나에게도 후회스럽지 않은, 의미 있는 활동들을 만들어가려고 해요.

 

◇ 나에게 후회스럽지 않도록 활동을 만들어나간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지금 진행 중인 청소년 활동 소개도 부탁드려요.

 

이 질문을 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꼭 소개하고 싶은 활동이 있었거든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청소년 인권운동 빽빽(100x100) 프로젝트> 입니다. 청소년 인권운동에 3명의 상근 활동가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에요.

그동안 청소년 인권운동은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청소년참정권(선거연령 하향 등) 운동, 입시폐지 운동 등 정말 많은 활동들을 해왔어요. 청소년 인권운동은 분명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데 기여했을 테고요.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은 여러 청소년활동가들의 헌신에 가까운 노력으로 가능했어요. 상근활동가처럼 매일 활동에 몰두하지만 턱 없이 적은 활동비를 받으며 생계 고민까지 홀로 책임져야 하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운동의 고단함과 생계유지의 부담도 모자라서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외로움까지 더할 수 없다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미 청소년 인권운동이 ‘삶’이 되어버린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운동엔 거기에 집중하는 활동가들이 필요하고요. 돈을 벌려고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계비와 상근비가 절실해요.

그래서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는 올 연말까지 ‘월 3만 원’의 정기후원인 ‘100명’을 모집합니다. 3명의 청소년 인권활동가(혹은 단체)에 월 100만원의 활동비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여전히 적은 활동비지만, 이 사회에 여전히 청소년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청소년 운동이 너무 외롭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려요!

 

빽빽 프로젝트 : http://cafe.daum.net/Life2010/8JLE/187

활기 웹페이지 : http://hwalgy.net

 

◇ 최근에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주변의 걱정을 사기도 하셨잖아요?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거나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한창 몸이 안 좋던 시기를 돌이켜보니, 제가 몸이 아플 땐 마음 상태도 좋지 않은 순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프고, 아프니 또 스트레스를 받고. 원래 걱정도 많고 소심한 사람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요즘은 좀 담대한 마음과 태도로 살아봐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원래 친구들과 밤새 술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술자리도 좀 줄이고 잠도 많이 자려 하고요. 운동도 시작하고 몸에 좋은 것도 챙겨 먹어야겠지만 원체 게으른 사람이라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 보다는 몸에 안 좋은 걸 하지 않는 방향으로 건강관리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혹시 제가 밤새 술 먹고 흥청망청 하는 모습을 목격 하신다면 정신 차리라고 한 마디 해주세요.

 

◇ 마지막으로, 사랑방에 한 마디 남겨주시겠어요?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만나면 좋은 친구, 사랑방! 좀 더 나은 세상이 온다면, 그건 언제 어디서나 제 몫의 길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왔던 사랑방 덕분일거에요. 사랑방과 사랑방 활동가들의 고군분투를 응원해요. 저에게도, 청소년 운동에도 언제나 든든한 동료로 남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