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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별명

아해

장군이라고 불리우던 때가 있었다. 어쩌다 보드게임에서 역전승을 하니, 친구들이 환호하듯이 붙여주었던 별명이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신체이미지와도, 나의 성격하고도 별로 맞지 않았을 것 같은 별명이 5~6년동안 나를 따라다닌 것이 오히려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고른 별명, 아해. 我.海. 흠... 좀 오글거리지만,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다. 가끔은 그 별명에 담은 뜻에도 부끄러워할 때가 있으니,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어쓰

어쓰라고 소개를 하면 지구의 어쓰(Earth)나, 우리의 어쓰(Us)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제 별명의 유래는 바로 피어쓰(Pierce)의 '어쓰'랍니다 ㅋㅋㅋ 그 당시 귀를 뚫어볼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별 생각 없이 지은 별명으로 어느덧 10년을 살았네요. 본명과 별명의 경계가 희미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이제는 본명보다 어쓰가 더 익숙한 이름이 돼버린 듯도.

'멧왕변펭공신숙!' 무슨 주문인 것 같은 것이 제게 붙은 별명들을 합체한 거랍니다. 부끄러워서 각각이 뭔지는 밝힐 수가 없네요. ㅎㅎ 제일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불리는 별명은 만선. '가득찰 만' 아니고 '게으를 만'이라고 말하는데도, 지나가다가 만선이란 이름의 횟집을 보면 지인들에게 가끔씩 전화가 옵니다. 이름보고 생각났다며. -_-;; 그 횟집들에 문득 미안한 맘이 드는 건 뭘까요?

 

디요

별명 없이 살아와서 인생 별명이라고 부를만한 게 없네요. 이름과 비슷한 낱말을 찾아서 바꿔 부르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본명으로 돌아온 흔한 케이스랄까요. 오히려 사랑방? 인권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별명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달까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별명을 못 만든 저는 아무래도 계속 이름의 초성을 변형시킨 정도의 무수한 별명만 스쳐지나갈 건가봐요.

미류

초등학교 3학년 때 반 친구들이 나를 '이만기 각시'라고 불렀다. 내가 좀 우람했던가? 그때는 딱히 듣기 싫은 말은 아니었는데 '천하장사'에 끌렸나 보다. '각시'라니, 지금 듣는다면 화를 낼 법도 하지만 너무 낯선 말이라 현실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대학 동아리에서는 '홍뚱'이라고 불렸다. 북을 치다가 북채를 부러뜨리는, 풍물패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있은 후였다. 동아리 사람들은 북을 뚱뚱 잘 쳐서 부르는 별명이라고들 말해주었고, 나는 지금도 이 별명을 아낀다. 북소리로는 둥둥이 더 어울린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세주

굳이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짐캐리라고 불렀던 친구가 있었다. 영화 마스크가 나왔을 때 인 것 같은데 그때 쯩 중학생이었나. 나를 그렇게 불렀던 친구가 중학생때 친구였는데, 나도 그에게 친근한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 이후에는 학원 다닐 때 별명까지는 아니고, 배꺼진다고(뭐 먹고 나서 바로 배고프다고) 내가 입에 달고 다녀서.. 친구들이 뭐만하면.. 세주 배꺼진다고... 그랬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