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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가난한 사람도 소수자도 차별 없이 사는 도시를 꿈꾸며

박학룡 님을 만났어요

북구 장수마을은 인권운동사랑방에도 진~한 기억을 공유하는 장소입니다. 이사오기 전 사무실 주방에 미닫이문이 필요해 동네목수에 주문하기도 했지요. 대안개발운동을 함께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차별 없는 도시에 대한 고민은 함께 이어가겠다는 마음으로 박학룡 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 10월부터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학룡입니다. 2008년부터 성북구 장수마을에서 인권운동사랑방과 함께 대안개발연구모임을 하다가 2011년부터는 집수리 마을기업 동네목수를 창업해서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어요. 마을기업 동네목수 대표를 하면서 장수마을에 재개발이 해제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고 주거환경도 많이 개선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빚쟁이가 되었어요. 2014년부터 성북구의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조직, 풀뿌리활동가들과 함께 지역법인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였고, 2016년부터 이사장을 맡았다가 지난 3월에 임기를 마쳤어요.

지금은 도시재생 관련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거창한 뜻이 있는 건 아니에요. 도시재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저는 도시재생을 도시의 공간환경과 주거의 다양성,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난한 사람이나 소수자도 차별 없이 살려면 도시환경과 주거의 다양성이 필요하죠. 주거권이라는 화두는 어떻게든 붙들고 있으려고 해요.

◇ 인권운동사랑방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언제부터 사랑방을 알게 됐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90년대 중반 언제쯤이었던 것 같고, 사랑방을 처음 방문한건 2000년대 중반쯤 혜화동 사무실 시절이었어요. 주거권 관련 네트워크 회의로 들렀어요. 사무실 올라가는 계간이 어두컴컴하고 중간에 철창같은 게 있어서 인권과 어울리지는 않았어요. 인권활동가들의 인권도 좀 챙겨야겠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충정로로 이사를 했고, 주거권운동네트워크 활동으로 충정로 사무실에는 자주 갔었어요. 옆에서 보기에 충정로 사무실부터 사랑방 분위기가 많이 화기애애하고 말랑말랑해졌어요. 가정집 분위기라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합정동으로 옮긴 후에는 거의 들르지 못했네요. 요즘은 사랑방과 같이 하는 활동이 없어서 그런 것도 같아요.

 

◇ 사랑방의 활동 중 눈여겨보거나 관심 두는 것이 있나요? 또는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 것이 있다거나 하면 얘기해주세요.

 

인권운동사랑방 하면 떠오르는 기억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교육이에요. 사회적인 사건들을 인권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를 제안해줘서 제 삶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제가 좀 둔해서 누가 안 가르쳐주면 잘 모르거든요.

특별히 아쉬운 건 없지만 굳이 찾아내자면... 소식지 편집 스타일이 몇 년 동안 많이 익숙해졌으니 이제 살짝 변화를 줘봐도 좋겠어요. ^^;

 

◇ 장위동은 최근 개발과 강제퇴거 문제로 보도되기도 했던 지역인데요, 동네 분위기는 어떤가요?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일하시면서 드는 고민을 나눠주세요.

 

장위동 상황은 아주 복잡해요. 15개 뉴타운 구역 중에 사업 완료 3곳, 관리처분인가 3곳, 해제 6곳, 사업추진 여부 불투명 3곳이에요. 강제퇴거 문제만이 아니라 도시계획이나 지역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뉴타운 재개발의 후유증이 아주 복잡해요. 하지만 저는 주변지역의 상황에 대해 제 입장을 함부로 밝힐 수가 없어요. 제가 센터장으로 있는 장위도시재생활성화지역은 장위뉴타운 13구역이었는데 2014년 말에 해제된 곳이에요. 도시재생을 환영하는 분들도 많지만 아직도 경계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주변 상황에 대해 말을 꺼내면 재개발을 찬성하는 분들이 빌미를 삼아 장위도시재생사업을 공격하겠죠. 실제로 겪기도 했어요. 도시재생을 밀고 가는 힘이 아직은 허약하니 센터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묵언수행(?)을 해야죠 뭐.

 

◇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랑방은 지방선거혐오대응 전국네트워크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답니다. 최근 성북구에서는 구청장 후보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지역에서 인권의 위기를 느낄 때 또는 가능성을 느낄 때가 있다면 어떤 때인가요?

 

저는 특별히 어떤 위기를 느낀다기보다는 그런 저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태도, 그때그때의 행동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면 그 상황을 어떻게 잘 전달할까 고민해요. 지역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곳이에요.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가치나 태도로 자리 잡았어도 주민들에게는 생소한 경우가 많아요. 낯선 주제를 공격하듯이 훅 던지면 보통은 방어적으로 대응하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가치가 많이 중요해졌고 사람들이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돌려서 설명을 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한 사람의 인권의식도 다면적이라고 생각해요. 존재의 다양성을 겪지 못하면 자신과 다른 존재를 혐오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존재를 드러내고 함께 사는 방법과 태도를 알아야한다고 말해주는 편인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확산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출직으로 나서는 분들에게 요구하는 인권의식의 수준과 주민들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다를 거라 생각해요. 저는 또 다른 이유로 가급적 후보로 나선 분들과는 접촉을 안하고 있어요. 솔직히 비겁한 태도라고 비판받아도 반박할 수가 없어요. ㅠㅠ

 

◇ 평양냉면 드셨나요? 12일 북-미 정상회담까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최근의 변화를 보며 들었던 걱정 하나, 기대 하나 들려주세요.

 

평양냉면을 좋아하지만 올해는 안 먹었어요. 식당 앞에서 줄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자발적 외톨이 성향이라 유행이 지나간 다음에 먹으려고요. 최근 남-북, 북-미 관계의 변화를 환영해요. 각자의 속셈이야 있겠지만 평화체제로 한발짝이라도 옮기면 좋은 일이죠.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아요. 과정을 보면서 재미는 있어요. 뭐랄까.. 그 동안에는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고차원적인 계산과 명분이 필요한 거대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동네 사람들끼리 꿍짝꿍짝하다 ‘까짓것 한 번 해봅시다’ 라는 분위기로 쉽게 진도가 나가는 것처럼 보여서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물론 이면에서는 복잡한 계산을 깔았겠죠.

 

◇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난 5월 17일 영등포로 이사를 했어요. 동네목수에서 만들어주신 미닫이문을 두고 와야 해서 무척 아쉬웠는데요. 새로운 사무실에서 새로운 기운으로 출발하려는 사랑방에 응원의 한 마디 전해주세요!

 

영등포 사무실은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네요. 활동가들에게도 힐링이 되는 공간이면 좋겠네요. 저는 사랑방 활동가들을 너무너무 존경해요. 존재 자체가 빛과 소금이에요. 제가 함께 거들고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지만 항상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