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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공단 조직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조영신 님을 만났어요

이번에 만나본 후원인은 사랑방도 함께하는 월담의 상근 활동가 조영신 님입니다. 저는 종종 “선생님 바쁘신가요~?”하고는 문자를 보내곤 하는데요. 제 주변에 편하게 연락해서 법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변호사님이시거든요. 사실 밑도 끝도 없이 연락해 노동법, 형법, 민사 소송 가리지 않고 물어봐서 저를 상당히 귀찮아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언제나 친절하게 궁금증을 해소해주시는 영신 님과 평소에는 자주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상근변호사 조영신입니다. 

◇ 옆에서 보기에도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은데, 많이 힘드시겠어요. 영신 님의 활동의 원동력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월담 활동이 중심이고, 그 외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노동위원회, 세월호TF, 산재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이주민지원센터 친구의 활동이나 반올림 활동도 함께 하고 있고, 생명안전시민넷활동도 하고 있고요. 나열해놓으니 별로(?) 많은 것 같긴 한데!ㅋㅋㅋㅋ 그 때 그 때 사안별로, 그리고 일정별로 조정하면서 하니 힘들지는 않아요. 
원래 공익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하고 싶었던 활동들을 최대한 하는 것인데요. 그것이 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려면 아무래도 일을 원활히 하기가 힘들어지잖아요. 

◇ 아무래도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시다 보니 활동을 하시면서도 고민이 많아질 것 같아요. 사실 월담은 ‘어떻게 조직화를 할까?’를 중심으로 활동을 배치하니까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다뤄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그럼에도 월담에서 상근을 고민하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 

공익인권 분야 중에서도 특히 노동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로스쿨을 다니는 중에도 노동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실제로 변호사가 된 직후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들을 이어나가게 됐어요. 물론 세월호 참사에 관한 일을 하는 것도 굉장히 보람찬 일이었죠. 그렇지만 마음속에서는 노동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월담을 소개해줬어요. 안산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동단체가 있다고요. 지인이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했던 분인데, 그러다 보니 월담의 존재를 알고 계셨던 것이죠. 바로 월담  활동가들을 만났고, 월담이  공단 내 미조직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나가는 단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함께 활동하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라고요. 그래서 차차 활동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했고, 다행히 공익변호사 자립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돼서, 그렇게 월담으로 스며들게 된 거예요. 
월담이 법률적인 문제‘만’을 다루는 공간이 아니라는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공단 조직화 활동을 하는 단체이지만, 활동 과정에서는 언제나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답이 필요할 때가 생기고, 그러한 부분에서 법조인의 역할을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 그럼 조금 더 월담에 대해서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사실 공단 노동자를 만나는 일이 아시다시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냉소적인 분들도 많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공단’이라고 하는 생소한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생긴 고민이 있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법언(法言) 중에 “법은 권리 위에 잠든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자신의 권리를 실현해 고소·고발을 하든지, 진정을 하든지 하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뜻이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법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경고에요. 저는 이 말에 따라서 생각하는데 길들여져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월담에서 일을 시작할 때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최저임금법도 위반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왜 진정을 하지 않는 것인지, 왜 자신의 권리를 찾지 않는 것인지 답답했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알죠. 법 위에 우뚝 선 사람의 머리가 댕강 잘려나가기도 한다는 사실을요. 진정을 넣으면 해고되고, 부당해고로 다퉈서 복직되더라도 괴롭힘을 당하고, 더러워서 그만두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기 힘들게 되는 현실이요.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따져 묻기엔 법은 너무 더디고. 몇 년을 싸운다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그래서 냉소적인 노동자들을 만나면 그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월담에서 하는 캠페인 등을 보고 “그런 거 해봤자 변하는 거 하나 없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싸워서 이겨본 경험이 없다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만해요. 싸워서 이기는 경험을 갖지 못하게 하는 사회이기도 하고요. 

◇ 연결되면서도 조금 다른 질문 드려볼게요. 월담활동을 포함해서 앞으로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월담에서 활동하면서 ‘법률 무용론’에 빠질 때가 많았어요. 법이 있어도 보장받기 힘든 현실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요. 결론은 노동자들이 힘을 가지고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에서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 즉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노동조합을 만들기는 더 힘든 경우가 많죠.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하나하나 사례를 모아 실태를 파악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나가기 위한 제안을 하고. 이런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요즘 영신님이 빠져있는 것이(책, 음악, 영화 등) 있다면 사랑방 다른 후원인께 소개해주세요. 

아. 작년 말에 제 생애 첫 덕통사고를 당했어요. 요즘은 아이돌에 입덕하는 것을 ‘덕통사고’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예기치 못하게 아이돌에게 ‘치였다’는 거죠. 최근에는 일과 덕질로 제 생활이 이분되어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기에도 경험하지 못한 아이돌 덕질에 삶이 굉장히 분주해졌습니다. 무언가에 이렇게 순수하게 몰두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어떤 아이돌이냐면... BTS요!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 여러분. 방탄소년단은 사랑입니다. 

◇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사랑방에 하고 싶은 이야기 나눠주세요. 

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릅니다만,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잘 알아요. 제가 후원인이 되게 인도(?)해 준 대용을 포함한, 월담에서 함께 활동하시는 분들이요. 제가 만나 본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은 모두 멋진 분들이었으니, 인권운동사랑방도 멋진 곳임이 분명하겠죠? 언제까지나 멋진 곳이 되길. 멋진 활동 이어나가시길 바라요!